Apple이 AI 전쟁에서 졌다는 말, 이제 좀 그만하자.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iOS 27에서 Siri가 ChatGPT, Claude, Gemini, Grok, Perplexity를 "Extensions"로 통합한다. 표면적으로는 "우리가 못 만드니까 남의 걸 가져다 쓰게 해줄게"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항복이 아니라 Apple이 가장 잘하는 걸 다시 한 번 꺼내 든 거다 — 문을 소유하는 것.

App Store 전략의 재현

Apple Intelligence 성적표는 처참했다. 요약 기능 오류, 약속한 기능 지연, Siri 팀 리더십 교체. 프론티어 모델에서 OpenAI나 Anthropic과 정면 승부하겠다는 건 애초에 무리수였다.

근데 Apple이 하려는 건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다. 20억 대 디바이스 위에 AI 유통 레이어를 까는 거다. 2008년에 App Store 열어서 소프트웨어 유통을 장악했듯이, 이번에는 AI 유통을 장악하려는 거다. App Store, Apple Pay, HealthKit — 직접 만들지 않고, 남이 만든 걸 플랫폼에 넣고, 문 앞에서 통행료를 받는 모델을 수십 번 써먹었다.

Extensions가 실제로 하는 일을 보면 이 전략이 더 선명하다. Settings → Apple Intelligence & Siri에 Extensions 토글이 생긴다. App Store에서 Claude나 Gemini 앱을 설치하면 Siri 안에서 해당 AI에 쿼리를 직접 보낼 수 있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디폴트 하나가 아니라 요청별로 다른 AI를 선택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메일 요약은 Gemini로, 코드 질문은 Claude로 — per-task 라우팅이다. 지금까지 ChatGPT 연동은 "Siri가 못 하면 ChatGPT한테 넘기기" 수준이었다. Extensions는 이걸 본격적인 멀티-AI 라우터로 확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Apple이 어떤 AI가 "좋은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pp Store에서 어떤 앱이 좋은지 Apple이 결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용자가 선택하고, Apple은 그 선택이 일어나는 장소를 소유한다. AI 회사들은 이 장소에 입점하지 않을 수 없다 — 20억 대 디바이스에 접근하는 유일한 경로니까. Google이 iOS Safari 기본 검색엔진 자리에 연간 200억 달러를 지불하는 이유와 정확히 같은 논리다. Extensions 기본 자리의 가격표가 붙는 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개발자가 신경 써야 하는 것

Gemini가 디폴트를 먹는다. iOS 27의 대화형 Siri 리뉴얼 자체가 Google Gemini를 클라우드 백엔드로 쓰고, 나머지 Extensions 제공자들은 디폴트에서 한 겹 떨어진 곳에서 시작한다.

수수료와 타임라인

Siri Extensions 통해 유입된 사용자가 구독하면 Apple이 30%를 가져간다. 6월 8일 WWDC 발표, 가을 출시. Extensions API 미지원 AI 앱은 론칭 시점에 빠진다.

진짜 변수

이번에는 상대가 OpenAI, Google, Anthropic이다. 접근 기준, 수수료 구조, 데이터 공유 범위 — WWDC에서 공개될 이 세 가지가 Extensions 생태계의 실질적인 크기를 결정한다. 조건이 가혹하면 주요 AI 회사들이 빠지고, ChatGPT + Gemini 두 개만 남는 반쪽짜리 마켓플레이스가 된다.

Apple이 AI 전쟁에서 졌다고 보는 건, Apple이 처음부터 그 전쟁에 참전할 생각이 없었다는 걸 놓치고 있다. 진짜 전쟁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유통 채널이고, 그 채널은 주머니 속 20억 대 iPhone이다.